본문 바로가기
말레이시아/BPO 취업

말레이시아 BPO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by 레이지데이즈 2025. 11. 28.
반응형

 

어느덧 말레이시아에서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회사를 다닌지 이번달 부로 1년이 되었다. 입사 전부터 BPO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들을 소셜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접하다 보니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 조건에는 1년을 못채울 시 패널티를 내야한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1년만 버티자 버티자 하며 입사했고 의외로 생각보다 1년은 쉽게 버티고 채울 수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 1년을 못버티고 패널티를 내고 퇴사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말레이시아 생활과 BPO관련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다보면, 개인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오고싶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메세지와 상담요청을 받곤 한다. 그래서 지금은 나의 한국 도피 여행 중 꽤 많은 시간을 가져가며 나에게 여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월급을 제공하는 BPO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비추천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01. 자녀 교육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사실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이유 대부분은 자녀 교육때문이다. 말레이시아가 여행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가성비 좋고 안전한 글로벌 교육 환경이기에 이 곳을 교육의 장으로 선택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정들은 부모 중 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기러기를 자처하며 교육비와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이 충분하면 사는데 지장이 없겠지만은 그 외에 해외엔 살고 싶지만 막상 한국에서 보낼 수 있는 금액도 충분하지 않으며, 혹은 부모가 떨어져 살길 원하지 않을 경우에 말레이시아에 이주를 결정하면서 비자와 보험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BPO 선택을 고민하곤 한다.

 

그런데 BPO회사가 이름 그대로 아웃소싱 하청업체이다. 어떤 기업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지만, BPO회사는 더욱이 그렇다. 필요한 프로젝트에 부품일 뿐인 인간은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가차없이 잘려나간다. 우리 회사에도 벌써 7년동안 프로젝트를 3번 옮겼다는 분도 계시고, 입사 이래로 한번에 한국팀에서만 20명 이상이 잘려나가는 일도 있었다. 계속해서 같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 옮길 수만 있다면 그거 대로 괜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보통 BPO프로젝트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40대를 뽑게되는 것이지 당연히도 파릇한 20/30대가 선호될 것이기에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이동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주를 결정해야되지, 회사 하나 믿고 말레이시아에 이주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회사에 오자마자 한달 만에 회사 사정으로 잘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클라이언트사가 인원감축을 원하면 어쩔 수 없다. 두 다리 두 팔 자유로운 사람에겐 이러한 환경이 나쁠건 없지만, 가족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야만 할 상황이다. 플랜 B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

 

02. 글로벌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만, 쉬운 선택지인 말레이시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보통 글로벌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대부분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이며 사회성까지 좋을 확률이 크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BPO 업무환경은 정말 안맞다. 말만 글로벌 회사지 결국 한국팀에서 일하면서, 보수적인 한국 문화를 그대로 경험하며 자유는 쥐뿔도 없이 탑다운 방식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단순 노동이 아닌 창의적으로 소통하며 심지어 영어까지 잘한다면, 이 곳에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더 어려운 선택지에 도전해서 자유와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특히나, BPO에서는 그렇게 특출나게 잘나고 튀는 사람들을 더 우대해주지 않고 오히려 깎아내리면서 남들과 똑같은 톱니바퀴의 부품이 되게 만든다. 능력이 좋을 수록 튈수록 성격이 밝을 수록 내리 깎는다. 능력이 아니라 쓸데없이 정치와 감정소모가 동반되야만 하는 곳이 BPO이다. 자기 자신들을 위해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03. 첫회사로 이 곳을 선택하려는 20대 초중반에게

어린 나이에 일찍 해외 경험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은 너무 응원하는 바다. 그런데, 이 부류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심지어 패널티까지 내고 퇴사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데, 마침 말레이시아에 일하는 친구가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게 꽤 좋다고 하는 말을 듣고 온 경우다.  그런데 경쟁적인 경험이 부족한 20대 친구들에게는 이곳도 숨막히는 곳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곳은 사무직 회사처럼 보이지만, 까라면 까야하는 공장처럼 일해야하는 부품의 삶이기 때문이다.

 

공장처럼 일한다는게 단순 노동을 해야한다는게 아니라, 정말 공장의 부품처럼 세세한 규율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자의지라는게 존재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해외생활이라는건 언제나 그렇듯 고독과의 싸움이며 마주치는 변수와 장벽들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다. 나에게 발생한 모든 문제는 내가 직접 해결해야하며, 익숙한 것은 아예 없는 곳이다.

 

그리고 영어를 잘했다면 대부분 영미권국가에 가고 싶었겠지 말레이시아 부터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기에 20대 초반 친구들이 말레이시아를 선택지에 넣었을때 만약 "영어를 잘 못하는데 말레이시아 취업 가능한가?" 와 같은 검색을 하고 왔다면 정말 신중해야 한다. 해외 생활이 맞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언어(영어)가 가능하며, 언어가 불가능해도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20대 초반 친구들 이 곳에서 첫 커리어를 가져가는거 난 정말 좋게 본다. 초봉도 한국 중소기업보다 많이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환경에서 최소 1~2년을 경험으로 가져간다면 추후에 커리어를 발전시키기에 정말 좋은 초석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BPO회사의 공장같은 업무에 대해서는 말레이시아에 사는 사람들만 알뿐이지, 어쨋든 표면적으로 BPO회사는 대부분 서양권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회사이며,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따라 어떻게든 내 커리어를 포장할 수 있다. 이렇게 똑똑한 사고가 가능한 친구들에게는 추천한다. 즉, 오기  전에 메타인지는 필수이다.

 

04. 한국과 전세계에서 일하다 지친 30대 들에게

내가 속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1년 동안 지내본 결과 결국 이 30대 집단이 제일 사고 없이 무리 없이 BPO를 버텨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든 전 세계 어디든 이미 경쟁과 생존을 경험해보고 지친 사람들이 대부분 모인다. 대부분은 이미 지칠대로 지치고 한국에선 설자리가 없기에 이곳에 왔지만, 만약 이 부류 중에서도 좀 더 성장을 원한다면 BPO는 꽤 위험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 위험한 선택이라는 건, 적당한 월급에 근무 시간 외에 일 생각을 전혀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장같은 시스템 등이 서서히 컴포트존을 만들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덫이 되어버린다. 물론, 그던 게 바로 원했던 삶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바 이지만, 만약 자신만의 사업을 만드는게 꿈이라거나 정말 하고싶었던 커리어가 있던 사람들에게는 이 컴포트존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배부른 소리이다. 물론, 프로젝트 마다 다르겠지만 꿈이 있는 사람들은 꼭 BPO를 보험으로 발판삼아 더 큰 점프를 위한 도약점이 되길 바란다. 이건 나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다. 

 

05. 책임질 식솔이 없는 40대들에게

이 부류들은 대부분 이미 모아둔 돈도 있고, 싱글로서 편안하게 인생을 즐기고 싶어하는 부류들이 모인다. 정말로 이런 여유로운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BPO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이 곳에서도 한국에서 처럼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찾으며 권리를 논하기 시작하면 회사에서의 삶이 꽤나 피곤해지고 언제나 정리해고의 1위 대상이 된다. 애석하게도 팀장 본인들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한국사회의 골병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기에. 

 

말레이시아는 확실히 글로벌의 무대이긴 하지만, BPO특성 상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근무 환경에서 일하게 된다. 고로, 그동안 자신들이 겪었던 15~20년 정도의 한국 회사 생활을 여기에서도 점점 찾게 된다면 이곳은 한국과 다르지 않게 된다. 그러기에 아직도 한국에서 결혼안하냐는 소리를 듣는게 지친 사람들이라면, 정말 여유로운 마음 하나만 가지고 BPO에 입사해도 좋다고 추천하고 싶다. 책임질 가족이 없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면, BPO에서 적당히 일하면서 적당한 월급으로 여행을 병행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말레이시아 BPO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전형적인 한국인 특성답게 나이대별로 조언해보았다. 자신의 처한 환경과 추구하는 바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만, 대부분 한국인은 나이대별로 비슷한 고민과 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 글로벌 환경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일단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로움을 가장 갈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BPO는 당신의 아무것도 보장해주지도 책임져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해외생활의 외로움도 어려움의 변수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BPO가 쉽다고 말을 하더라도 모두 처한 환경과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카파에 따라 누구에게든 이곳이 더 지옥이 될 수 있는건 당연하니 일단 말레이시아 이주를 고민 중이라면 당연히 성공할 확률 50% 실패할 확률 50% 라는 생각으로 왔으면 좋겠다. 이 환경이 당신에게 맞는지는 와서 경험해봐야지만 아는 것이니까. 어떤 조언을 들어도 100% 본인의 경험과 맞지도 않을 뿐더라 아무도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을테니까. 실패하는 50%의 리스크 혹은 그 이상의 리스크를 감내 할 자신이 있다면 꽤 만족할만한 성공의 확률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는 이주 했을때 만족할 확률은 높은 곳이다만, 그 이주의 수단으로 BPO를 선택할땐 리스크가 꽤 생긴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정리하여 말해본다.

  

 

 

댓글